· 기사 원문: 맘껏 떠들어도 괜찮아... ‘시끄러운 도서관’ 아시나요? (chosun.com)
발달장애인·경계성 지능인 등 ‘느린 학습자’ 위한 공간
서울엔 구로·은평 단 두 곳... 성동구 특화도서관 내달 열어
서울 구로구에는 ‘시끄러운 도서관’<사진>이 있다. 이 도서관에서는 마룻바닥에 발을 구르거나 큰 소리로 책을 읽어도 핀잔을 주는 사람이
없다. ‘정숙하라’ ‘조심히 걸으라’는 등의 일반적인 도서관 규칙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2021년 12월 개관한 시끄러운 도서관은 발달장애인·경계성 지능인 등을 일컫는 ‘느린 학습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IQ(지능지수)가 70
이하인 발달장애인이나 71~84 구간인 경계성 지능인을 아우르는 말이다.
방문자들도 대부분 느린 학습자들이다. 이들은 문해력이 부족해 책을 소리내서 크게 읽거나 누군가가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일반 도서관은 이용하기가 어렵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조모(38·구로구)씨는 “기존 도서관에서는 아이가 큰 소리를 낼 때마다
따가운 시선을 느껴 큰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시끄러운 도서관은 이런 이들을 위해 설계됐다. 일반 교양도서 외에도 문장이 짧고 쉽게 서술된 인지·촉감·소리도서를 마련해 책에 흥미를
가지도록 했다. 소음을 내도 밖으로 울리지 않도록 방음시설을 갖추고 독서를 돕는 사서들도 있다.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했다. 신발을 벗고 앉거나 누워 책을 볼 수 있도록 온돌바닥을 깔고, 곳곳엔 책걸상 대신 콩주머니 모양의
소파를 뒀다. 책장 모서리 등 부딪혀 다칠 수 있는 부분에는 완충재가 부착됐다. 몸동작이 섬세하지 않은 발달장애인의 미세근육 발달을 위해
‘다촉각 촉감판’도 걸었다.
느린 학습자들은 이곳에서 소리 내 책을 읽고, 마음껏 뛰거나 노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아이들도 보호자도 소음에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 장소로도 꼽힌다.
전문가들은 한국 전체 인구의 약 14%를 느린 학습자로 추정한다. 서울로 치면 130만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이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은 현재 서울에서 은평구와 구로구 두 곳밖에 없다. 턱없이 부족하지만 변화는 있다.
성동구도 발달장애인 특화도서관을 오는 3월 열기로 했다.